칼럼
법인회생 신청, 안도의 한숨은 이르다: 지금부터가 '진짜 전쟁'이다
밤낮으로 이어진 채권자들의 독촉, 압류의 공포 속에서 수십 번을 고뇌한 끝에 법인회생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셨을 대표님. 법원으로부터 '보전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 결정문을 받아든 순간, 잠시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을 느끼셨을 겁니다. 이제 지긋지긋한 압박에서 벗어나 회사를 살리는 데만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의 평화일 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법원의 명령은 채권자들의 공격을 막아주는 '법적인 방패'일 뿐, 회사의 생존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그 방패 뒤에서, 대표님은 이제부터 훨씬 더 혹독하고 외로운 **'진짜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이 전쟁은 법정에서 변호사가 싸우는 법리 다툼이 아닙니다. 시장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회사의 생명줄을 지켜내야 하는 '경영의 전쟁'**입니다. 오늘은 이 전쟁의 3대 핵심 전선과, 각 전선을 어떻게 사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전략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1전선: 생명줄인 '거래처'를 사수하라
"OO기업,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소문이 퍼지는 속도는 빛과 같습니다. 그 순간 대표님은 두 가지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 원자재·부품 공급사: "물건은 현금 선결제해야 보내준다"며 사실상 거래 중단을 선언합니다.
- 기존 고객사·발주처: "저 회사에 맡겨도 납품이 제대로 될까?"라며 계약을 해지하거나 신규 발주를 끊습니다.
회사의 현금 흐름과 매출이 동시에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이 전선을 지키지 못하면 회사는 법원의 결정과 상관없이 고사(枯死)하고 맙니다.
▶︎ 방어 전략:
- ‘선별과 집중’: 모든 거래처를 다 잡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회사의 생존에 필수적인 '핵심 공급사'와 '핵심 고객사' 리스트를 만드십시오. 그리고 대표님이 직접, 모든 것을 걸고 이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 ‘정직한 논리’로 설득: "괜찮다, 문제없다"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대신 진실을 무기로 삼으십시오.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원의 관리하에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절차를 밟는 것이다. 이제 법원의 통제 덕분에 자금이 외부로 무분별하게 유출될 일이 없어 오히려 거래는 더 안전해졌다"는 논리로 설득해야 합니다.
- ‘미래의 이익’을 약속: 당장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주면, 회생계획안 인가 후 최우선적으로 거래를 정상화하고 더 큰 이익으로 보답하겠다는 약속과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제2전선: 조직의 심장부, '핵심인력'을 지켜라
회사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가장 유능하고 똑똑한 직원들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시장 가치를 알기에, 침몰하는 배에 남아있으려 하지 않습니다. 핵심 개발자, 영업 에이스, 생산 기술자가 떠나는 순간, 회사의 '계속기업가치'는 수직으로 하락합니다.
▶︎ 방어 전략:
- ‘투명한 공유’와 ‘비전 제시’: 직원들을 모아놓고 무조건적인 희망을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하되, 우리가 왜 회생을 신청했으며 앞으로 어떤 계획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직원들을 단순한 월급쟁이가 아닌 '회생의 동반자'로 격상시켜야 합니다.
- ‘핵심인력’과의 1:1 면담: 회사의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인력과는 대표님이 직접 만나야 합니다. 그의 불안감을 들어주고, 회생 성공 시 그에게 돌아갈 보상(법원의 허가 범위 내)과 역할을 명확히 약속하며 마음을 붙잡아야 합니다.
- 작지만 확실한 ‘신뢰의 증표’: 큰 보너스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법원의 허가를 받아 소액의 격려금을 지급하거나, 식사를 함께하며 고충을 들어주는 인간적인 스킨십은 돈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제3전선: 성장의 엔진, '매출'을 방어하라
법인회생 딱지가 붙은 회사에 신규 영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공격적인 마케팅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지금은 영토 확장이 아니라, 가진 영토라도 뺏기지 않는 '방어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 방어 전략:
- ‘사냥’이 아닌 ‘경작’ 모드로 전환: 새로운 고객을 찾아 나서는 '사냥'은 잠시 멈추십시오. 대신 기존 고객을 지키고 만족도를 높이는 '경작'에 모든 자원을 집중해야 합니다. 작은 불만이라도 대표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며 고객 이탈을 막아야 합니다.
- ‘현금흐름’을 왕처럼 모셔라: 회생 기간 동안 회사의 왕은 대표이사도, 주주도 아닌 '현금(Cash)'입니다. 단돈 1원이라도 불필요한 지출은 모두 막아야 합니다. 대표이사가 직접 매일의 입출금 내역을 점검하며 생존에 필요한 자금을 관리해야 합니다.
- 법원의 허가를 경영의 ‘방패’로 활용: 큰 규모의 계약이나 자금 집행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제약이기도 하지만, "이 계약은 법원의 검토와 허가를 받은 안전한 거래입니다"라고 고객을 안심시키는 '신뢰의 방패'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
법인회생 신청은 끝이 아니라, 가장 혹독한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르는 시작입니다. 법적인 방패 뒤에 숨어 안도하는 순간, 회사는 서서히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거래처, 직원, 그리고 매출이라는 3대 전선을 지켜내는 것. 이것이 법정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 처절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표님은 오늘부터 법률가이자, 협상가이며, 심리상담가이자, 가장 냉정한 재무관리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 힘든 싸움에서 부디 승리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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