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생존 전략 시리즈 3편] 빚 탕감이 전부가 아니다… 회생의 기술, ‘전략적 재건’

벼랑 끝에 몰렸던 C 건설은 결국 ‘법인회생’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많은 대표님들이 ‘회생’이라고 하면 ‘실패’나 ‘끝’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C 건설의 사례는 법인회생이 단순한 채무 동결이나 파산을 피하기 위한 소극적 조치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오히려 법원의 보호 아래 기업을 근본적으로 수술하고 재건하는 ‘전략적 과정’에 가깝습니다.

C 건설이 직면했던 핵심 문제들과 이를 법인회생을 통해 어떻게 해결했는지 구체적인 ‘회생의 기술’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감당 불가능한 빚 → ‘출자전환’으로 부채를 자본으로

• 문제: 금융 부채, PF 보증채무 등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 해결: 회생계획의 핵심은 ‘채무 재조정’이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출자전환’**입니다. 이는 채권자들에게 빚 대신 회사의 새로운 주식을 나눠주는 방식입니다. C 건설은 일반 회생채권(금융기관, 상거래처 등) 원리금의 87%를 신주로 전환하고, 나머지 13%만 10년에 걸쳐 현금으로 분할 상환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마법 같은 조치를 통해 C 건설은 1,000억 원이 넘는 부채를 자본으로 바꾸어 단숨에 재무제표를 정상화할 수 있었습니다.

2. 꽁꽁 묶인 자금과 성난 협력업체 → ‘법적 보호’와 ‘관계 재정립’

• 문제: 모든 계좌가 가압류되어 협력업체 대금 지급이 불가능해지고, 공사 중단 위기에 처한 상황.
• 해결: 법인회생 신청과 동시에 내려진 **‘보전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 강력한 법적 조치는 모든 채권 추심과 강제집행을 즉시 중단시켜, 회사가 외부 압박에서 벗어나 숨 쉴 공간을 확보하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협력업체(상거래 채권자)들을 적대적인 채권자로만 두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도 금융 채권자와 동일하게 채권의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해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돈을 받아야 할 대상’이었던 협력업체들을 ‘회사가 잘 되어야 이익을 보는 주주’이자 장기적인 사업 파트너로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3. 기존 주주의 책임 → ‘무상감자’로 고통 분담

• 문제: 채권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는데, 회사 부실에 책임이 있는 기존 주주들은 그대로 두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 해결: 회생계획은 기존 주주들에게도 책임을 물었습니다. ‘무상감자’, 즉 대가 없이 주식을 병합하여 자본금을 줄이는 조치를 통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을 대폭 낮췄습니다. 이는 채권자들의 고통 분담에 대한 형평성을 맞추고,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필수적인 과정이었습니다.

이처럼 법인회생은 단순히 빚을 줄이는 것을 넘어, 부채의 성격을 바꾸고(출자전환), 외부 공격을 막아주며(보전처분),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권리를 공정하게 재조정하는 종합적인 재건 프로그램입니다. 다음 마지막 편에서는 이 전략적 재건 과정을 거친 C 건설이 어떻게 극적으로 변화했으며, 현재 위기를 겪는 건설사들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