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생존 전략 시리즈 2편] 조용한 암살자, ‘부동산 PF 우발채무’의 두 얼굴

지난 1편에서는 탄탄했던 중견 건설사 C사가 어떻게 복합적인 위기로 무너졌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대표님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단연 ‘부동산 PF’ 문제일 것입니다. 오늘은 이 PF, 특히 ‘우발채무’라는 것이 어떻게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조용한 암살자’가 되는지 C사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언젠가 터질 빚’이 ‘오늘 당장 갚을 빚’으로

‘우발채무(Contingent Liabilities)’는 말 그대로 ‘우발적 상황’이 발생하면 갚아야 하는 잠재적 빚입니다. 건설사에게는 주로 시행사의 PF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 책임준공, 채무인수 약정 등이 해당합니다. 시장이 좋을 때는 장부 밖에 있는 ‘숨은 빚’에 불과하지만, 시장이 얼어붙는 순간 현실로 다가옵니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사태가 바로 이 우발채무 리스크가 현실화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모두가 ‘설마’ 했던 1군 건설사의 위기는 PF 보증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시장에 각인시켰습니다.

C 건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러 개발 사업에 참여하며 금융기관의 요구에 따라 채무인수 조건 등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고금리와 분양 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기 시작하자, 시행사는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C 건설이 보증했던 거액의 PF 대출은 고스란히 C 건설의 직접 부채가 되어버렸습니다.

미분양, PF 위기의 방아쇠

특히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급증한 미분양은 PF 위기의 방아쇠 역할을 했습니다. 미분양은 단순히 팔리지 않은 재고가 아닙니다. 건설사에게는 다음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 현금흐름 차단: 분양 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PF 대출 상환, 협력업체 대금 지급, 후속 공사 진행 등 모든 자금 계획이 멈춰 섭니다.
• 금융비용 증가: 만기가 돌아온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비싼 이자를 물며 연장(차환)해야 하고, 이마저도 막히면 부도 위기에 직면합니다.
• 악성 미분양의 늪: 특히 ‘준공 후 미분양’은 시장의 수요가 완전히 고갈되었다는 위험 신호로,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넘어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C 건설은 미분양으로 현금흐름이 막히자 PF 대출을 상환하지 못했고, 이는 우발채무의 현실화로 이어져 재무구조를 급격히 악화시켰습니다. 나빠진 재무 상태를 본 금융기관들은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C 건설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부실의 악순환에 갇히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PF 우발채무와 미분양 문제는 서로 맞물려 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몹니다. 그렇다면 이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내야 할까요? 다음 3편에서는 C 건설이 ‘법인회생’이라는 칼을 빼어 들어 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그 구체적인 전략과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